한국에는 아직 매장이 없지만, 전 세계 매장 수가 1,200개를 넘어선 필리핀 브랜드가 있다.


바로 Jollibee, 졸리비다.


처음 필리핀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졸리비는 어딘가 장난스럽게 느껴지는 브랜드였다. 빨간 벌 캐릭터가 웃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어린이용 패스트푸드점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필리핀을 자주 오가고, 직접 생활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졸리비는 단순한 햄버거 가게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도 졸리비는 어느새 “필리핀의 기억”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사실 나에게도 졸리비는 꽤 오래된 추억이 있는 브랜드다.


필리핀에서 공부하던 시절, 하루 일과처럼 졸리비에 들르곤 했다. 그때 자주 먹었던 메뉴는 ‘졸리핫도그(Jolly Hotdog)’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더운 필리핀 날씨 속에서 쇼핑몰 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졸리핫도그 하나를 먹는 시간이 꽤 편안한 루틴이었다. 학생 시절의 필리핀 기억 속에는 늘 졸리비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졸리비 스파게티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먹었을 때는 솔직히 꽤 충격이었다. 한국이나 이탈리아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굉장히 달콤한 맛의 스파게티였기 때문이다. 바나나 케첩 특유의 단맛과 햄, 소시지가 들어간 필리핀식 스파게티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 이게 필리핀 맛이구나” 싶은 음식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내가 아이들과 함께 다시 졸리비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혼자 졸리핫도그를 먹으며 공부하던 학생이었다면, 지금은 아이들과 치킨 + 밥 세트를 주문하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우리 큰아들은 특히 졸리비를 정말 좋아했다.


필리핀에 가면 꼭 졸리비를 찾았고, 쇼핑몰에서 빨간 졸리비 간판만 보여도 먼저 달려가곤 했다.


한 번은 졸리비 인형을 증정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시기를 놓쳐 인형을 받지 못했다. 아이가 너무 아쉬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결국 중고마켓을 뒤져 겨우 인형을 구입했는데, 그 인형은 지금도 우리 집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쇼핑몰에서 졸리비 이미지를 직접 프린트해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니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이야기인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에 부모도 함께 빠져드는 그런 순간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졸리비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의외로 아주 필리핀스러운 음식들이다.


햄버거 스테이크 + 밥.


치킨 + 밥.


그리고 야채가 거의 없는 단순한 스타일의 버거.


처음에는 “패스트푸드에 왜 밥이 나오지?” 싶었는데, 필리핀에서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밥은 거의 모든 식사의 중심이고, 치킨과 햄버거 스테이크 역시 밥과 함께 먹는 하나의 식사 문화인 셈이다.


특히 아이들은 졸리비 버거를 정말 좋아했다. 한국 햄버거처럼 양상추나 토마토가 가득 들어간 스타일이 아니라, 빵과 패티, 소스 중심의 단순한 맛이라 아이들 입맛에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어른 입장에서는 조금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단순함이 오히려 더 맛있는 음식이었다.


최근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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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졸리비 매장 수는 약 160개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025년 기준으로는 전 세계 1,293개 매장까지 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더 놀라운 건 분포였다.


필리핀은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중동, 베트남까지 정말 다양한 나라로 퍼져 있었다. 특히 베트남 매장 수가 200개를 넘었다는 점은 꽤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성장에는 필리핀 사람들의 해외 이민 문화도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사는 필리핀 교민들에게 졸리비는 단순한 햄버거 브랜드가 아니라 “고향 음식”에 가까운 존재니까. 한국 사람이 외국에서 김밥이나 치킨집 간판을 보면 괜히 반가운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히 필리핀 교민들만 찾는 브랜드가 아니다.


실제로 외국인들도 졸리비 치킨을 좋아하고,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맛있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한다. 특히 바삭한 치킨은 의외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 역시 그랬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갔고, 나중에는 익숙해서 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필리핀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공항 근처 쇼핑몰에서 보이는 빨간 벌 캐릭터.


아이들이 치킨 + 밥을 먹으며 좋아하던 모습.


중고로 겨우 구했던 졸리비 인형.


그리고 아이를 위해 직접 만들었던 졸리비 티셔츠까지.


어쩌면 졸리비는 단순한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필리핀에서 쌓아온 시간들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