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행 가자.”
연인이나 친구와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설레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행사를 15년 넘게 운영하면서 의외로 많이 받는 연락이 하나 있습니다.
“죄송한데 여행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항공편이 취소된 것도 아니고, 호텔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투었거나, 결국 여행을 함께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생각보다 이런 일은 흔합니다.
오히려 여행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서로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사람을 알게 된다.“라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행을 앞두고 싸우게 되는 걸까요?
1. 여행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새벽부터 일어나 관광지를 하나라도 더 가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누군가는 늦잠을 자고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쉬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여행의 목적이 다르면 첫날부터 의견이 갈리기 시작합니다.
2. 돈을 쓰는 기준이 다릅니다.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행에서는 호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은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은 프랜차이즈가 편합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여행 내내 반복되면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3. 일정 욕심이 다릅니다.
처음 여행 일정을 짜다 보면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너무 많은 일정을 넣으면 이동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일정이 너무 느슨하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적당한 균형이 가장 중요합니다.
4. 체력이 다릅니다.
첫날에는 모두 신이 납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 차이가 나타납니다.
누군가는 하루 2만 보를 걸어도 괜찮지만, 누군가는 오후가 되면 쉬고 싶어집니다.
특히 해외여행은 시차와 더위, 장시간 이동까지 겹쳐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큽니다.
5. 한 사람이 모든 준비를 합니다.
항공권 예약.
숙소 예약.
현지 교통.
맛집 검색.
환전.
여행 일정.
길 찾기.
모든 것을 한 사람이 준비했다면 여행이 끝났을 때 가장 지쳐 있는 사람도 그 사람입니다.
여행은 함께 가는 것이지, 한 사람이 가이드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6. 계획파와 즉흥파가 만납니다.
여행 전부터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현지에 가서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이 만나면 “왜 계획대로 안 하냐.“와 “왜 이렇게 빡빡하냐.“라는 말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7. 작은 불평이 분위기를 바꿉니다.
날씨가 덥다.
숙소가 마음에 안 든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
택시가 막힌다.
사진이 잘 안 나온다.
이런 불평이 계속 이어지면 함께 여행하는 사람도 지치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겨도 웃으며 넘기는 사람과 함께라면 같은 여행도 훨씬 즐겁게 기억됩니다.
여행이 관계를 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여행이 사람을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던 생활 습관과 가치관이 여행이라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기나 호텔이 아닙니다.
예산은 얼마를 생각하는지,
어떤 숙소를 원하는지,
관광을 많이 할 것인지 휴식을 원하는지,
쇼핑을 좋아하는지,
사진을 얼마나 찍고 싶은지.
이런 이야기를 출발 전에 충분히 나누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필리핀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여행객을 만나봤지만, 만족도가 높은 여행은 비싼 여행이 아니라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이해하고 출발한 여행이었습니다.
좋은 여행은 좋은 여행지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떠나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